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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이전>은 1억 1만 3000번을 읽었고, 
      <노자전>, <분왕>, <벽력금>, <주책>, <능허대기>, <의금장>, <보망장>은 
2만 번을 읽었다. 
      갑술년(1634)부터 경술년(1670) 사이에 <장자>, <사기>, <대학>과 <중용>은 많이 있지 않은 것이 아니나
      읽은 횟수가 
만 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싣지 않았다."

 

                                                                                                       - 고두현, <시읽는 CEO>, pp. 54  

 

평생동안 <백이전>을 1억 1만 3000번을 읽은 사람이 있다.
지금으로 따지면 책 한 권을 11만 번씩이나 읽는 것이다.

 

읽은 횟수가 천 번이 넘지 않으면

그에겐 읽은 것도 아니다.

 

미련할 정도로 바보였지만 책읽기에는 달인이었던

시인이자 다독가였던 백곡 김득신.

 

오늘 이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 구절을 읽자마자 왠지 정감가면서 내 자신에게 있어 지금 가장 부족한 부분이 투영되어

김득신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가군이 김득신을 처음 만난 곳은 정민 선생님이 쓴 <미쳐야 미친다>에서 이다.
조선 시대 메이저리거가 아닌 마이너들의 열정과 광기를 다룬

이 책에서 3번째 주자로 김득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독서광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등장한다.

정민 선생님은 그를 한마디로 "엽기적인 노력가"라고 표현했다.

 

노력가이면 노력가이지.

왜 엽기라는 생뚱맞는 말이 붙어나왔을까.

 

그건 그의 행동에서 알 수 있다.

어릴 때 그는 정말 머리가 나빴다.

열 살 때 글을 배우기 시작해서 20살이 되서야 겨우 글 한 편을 지을 정도였다.

 

얼마나 바보였는지 에피소드 하나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느날 하인과 어떤 사람의 집을 지나가고 있는데

그 소리가 아주 익숙했다.

 

그래서 그는 하인에게 "그 글이 아주 익숙한데, 무슨 글인지 생각이 안 나는구나."라고 말하자

하인이 "부학자 재적극박 어쩌고 저쩌고....나으리가 평생 맨날 읽으신 것이니 쇤네도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건 그가 11만 3천번이나 읽었던 <백이전>이었던 것이다.

얼마나 머리가 나빴으면 하인도 줄줄 외우던 글을 기억하지 못했는가.

이처럼 그는 바보였다.

 

하지만 엽기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노력만큼은 국가대표급이었다.

머리가 나쁜 것을 스스로 알았기에

읽고 또 읽었던 것이다.

 

그 당시 책읽기란 소리내서 읽는 것이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오래 걸리는 책 읽기 방식이다.

그는 웬만한 글은 1만 번 이상 읽어야 직성이 풀렸다.

 

되풀이 해서 읽고 또 읽어

그는 큰 시인이 되었다.

 

바보를 뛰어넘은 단순무식한 노력이

지금까지 김득신을 외경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꾸준히 끝까지 가는 노력가인 김득신의 미련함은 더욱 빛난다.

 

오래달리기에서 처음 100미터에서 1등한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꾸준히 달리다가 후반 정도에 왔을 때

가속도를 붙이는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트리다보면 결국 바위도 구멍이 난다.

 

노력에 노력 더하기.

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이고

김득신에게 배울 점이라 생각한다.

 

반짝하는 재주꾼보다는 엽기적인 노력가가 되고 싶다.

무디지만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2010. 6. 15 시읽는 CEO 책 읽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