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하나.
|
한 낮에 졸고 있는 개구리 형제를 내려다보며 아우 하루살이가 말했다. "형, 우리도 조금만 쉬었다 날아요."
그러나 형 하루살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우리는 쉬고 있을 틈이 없다. 우리에게는 지금이 곧 희망의 그 순간이다."
아우 하루살이가 물었다. "지금이 희망의 그 순간이라는 것은 무슨 말이어요?"
형 하루살이가 대답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지금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명이 짧기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그러는 저기 저 개구리들은 그러한 것을 모르고 있는가요?"
아우야 희망은 움직이지 않으면 곰팡이 덩어리로 변하고 만다."
풀섶 속에 잠들어 있는 개구리 형제를 향해 뱀이 소리 없이 다가서고 있었다.
- 정채봉 작가, <바람의 기별>, p. 165~172
|
이야기 둘.
작년 8월 자전거 여행 5일째에 접어드는 날.
군산을 출발한지 2시간 넘어 김제가 15킬로 남은 지점이었습니다.
후덕지근한 날씨 덕에 빨리 김제를 가야겠다는
마음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 도로와 보도 사이의 작은 공간를 뚫고
자라나고 있는 풀 한 포기를 발견하였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을 텐데
가군의 의지와 상관없이 멈추게 되었습니다.
풀 한 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인한 생명력에서 경외감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처음부터 자랄 수 없는 환경이었던 그 곳에서
보란듯이 잘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스팔트와 보도 그 사이의 아주 작은 틈새만이
풀에게 있어 자유 공간이자 희망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그 곳에 있었더라면 좌절하거나 포기했었을 것입니다.
손톱만한 공간에서 희망을 찾기란 힘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풀은 그 공간에서 희망의 빛을 봤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에 의해서 작은 틈새 사이로 온 자기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그 억압된 공간에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누구라도 포기하고 안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을 때
풀 한 포기는 말라 죽지 않고 작은 틈에 뿌리를 내려놓고 이렇게 자라난 것입니다.
김수영 시인의 '풀' 한 구절이 그대로 실천되는 것이었습니다.
풀이 눕는다 풀이 눕는다 이 날 본 풀 역시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풀 중 하나입니다.
풀은 비가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눕기도, 바람이 불 때도 눕습니다. 일시적으로 억누르고 괴롭히는 힘과의 싸움에서 매번 지기만 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이 풀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희망의 곰팡이 슬 때 가군은 10분 넘게 풀 앞에서 멍하게 있었습니다. 저한테 수많은 기회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핑계와 변명을 대고 포기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풀섶에서 한 낮에 졸고 있는 개구리가 바로 저였던 것입니다. 무슨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이 저를 짓누르고 있었고 무작정 달려온 20대에서 딱 멈춰 버린 상태인 것이었습니다. 풀 한 포기는 후회나 실패를 몰랐습니다. 작은 틈이라도 생명을 이어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곳을 찾아 죽도록 노력했습니다.
왜냐면 그것만이 살 길이었고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 더욱더 치열했던 것입니다. 하루살이도 비롯 하루 밖에 살지 못하지만 형 하루살이는 인생의 비결을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이 곧 희망의 순간이고 바라고 있는 것이 있다면 지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작년 유니멘토 사업 실패 이후로 '알고 있으나 움직이지 않는 병'에 걸렸던 것이었습니다. 약도 없는 무서운 병에 걸린 것이었죠. 한편으로는 ‘이것도 해고 저것도 해봤다.’라는 방패막을 가지고서
치열하게 노력하기 보다는 ‘어떻게든지 되겠지’라는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가군의 희망 씨앗에 곰팡이가 슬고 있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몰랐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스스로 알아차리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기 시작합니다. 방황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합니다. 풀 한 포기는 작은 공간에서 희망의 빛을 찾았는데 저는 작은 실패를 아주 큰 것마냥 숨고만 있었던 것입니다. 11번째 희망씨앗 레터를 쓰면서 결심합니다. 이제는 밖으로 나오려고 합니다. 자전거 타다가 멈춰 서서 풀 한 포기와 대결을 펼쳐보려고 합니다. 강인한 생명력인 풀처럼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열정적으로 할 것이며, 스스로 포기하기 전에 10번 더 시도해 본다고 결심해 봅니다. 형 하루살이가 말한 '지금'이 희망의 순간이라는 사실을 가슴 속에 담아보고 알고 있으나 움직이지 않는 병에 다시는 걸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무엇보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 이젠 풀을 제 라이벌로 삼으려고 합니다. 행동하는 삶. 지금이 바로 희망입니다. 2010. 4. 20 화요일 희망씨앗 레터 #11 하루살이와 풀 한 포기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