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림과 거리가 먼 가군.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사람을 그리라고 하면 얼굴을 의미하는 동그라미에 몸통 네모를 덧붙여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무생물로 만들었습니다.

 

피카소나 미켈란젤로의 그림은 미술 시험 정답을 맞추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고

미술관은 정말 따분하고 재미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박힌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그림과 친해지는 결정적인 일이 일어났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유니타스 클래스에서 독서 문제 출제위원으로 교육받는 날에

처음 선택한 책 <그림읽는 CEO> 과의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독서문제 출제 위원이 하는 역할은 한 권의 책에서

단답형, 열거형, 약술형으로 39문제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예술에 무지함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한 책 <그림읽는 CEO> 한 권이

한 달내내 가군을 괴롭혔던 것입니다.

문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10번 정도 읽어야 했고,

조금씩 화가 이름과 특징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관찰, 잘 보는 것이 힘이다.

 

 

        눈은 천문학의 주인이며,

        인간이 창조하는 예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상의 감각기관이다.

 

        눈은 자연이라는 완전무결한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필수적인 도구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피카소의 강렬한 눈빛은 오랜 기간동안 관찰하는 훈련을 쌓았기 때문에 강렬한 것입니다.

 

화가들은 사물을 보지 않고서는 그림을 그릴 수 없고

작업하는 중간에도 늘 그림의 진행과정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자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관찰력이 뛰어난 화가들은 창의적인 제품을 제작하는데 있어

특정 대상을 의식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의식화 과정을 통해 특정 사물을 관찰하고 이는 시각을 예리하게 만들고,

기억을 증진시켜 작품에 투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림을 어떻게 감상하느냐'하고 물어보면 그림을 자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도 <그림 읽는 CEO> 책에 나온 그림들을 10번 이상 보니 그때서야

각각 화가마다 특징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저자는 '자주 보는 것'보다 '잘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말에 솔직히 동의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잘 보라는 것인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잘 볼 수 있느냐고 따지고 싶었습니다.

 

그 숨은 뜻은  그림에 표현된 선과 색채, 명암, 질감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림 속에 투영된 화가의 시대와 삶을 투영시켜 보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그림 안에 있는 내용만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에피소드까지 볼 줄 알아야 '잘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그림뿐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클래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클래식은 너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요나 팝송은 아무 준비없이 들어도 가슴에 와 닿는데 클래식은 들어도 무슨 음악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 지휘가 금난새가 쓴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에서

클래식의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알려줍니다.

 

클래식이 어려운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수백년 전 유럽에서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이고

오랜 전에 그것도 다른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약간이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클래스는 훈련하고 배워야 듣을 수 있는 것입니다.

 

생각 밖의 열린 세계

 

 

          여러분 과학 서적을 꼭 읽으셔야 해요.

          과학을 토대를 두지 않은 종교는 미신이 됩니다.

          철학의 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문화의 빛을 쏘이지 않으면 발전이 안 돼요.

 

          그래서 과학, 철학, 종교, 예술이 다 열려 통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사람 되는 길입니다.

 

                                                                                             - 장길섭,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p. 94 

 

 

미술에 초보인 제가 그림 관련 책을 사기 시작했고,

평소에 전혀 관심이 없던 과학과 철학, 예술 서적을 구입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더 풍성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백년 전 클래식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유는

17~19세기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가장 위대한 음악 천재들이 만들어낸 문화유산이기에 계속해서 사랑받는 것입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호기심이라는 렌즈를 끼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계속해서 봐줘야 하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만가지 광고와 이미지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눈길을 끄려고

처절하게 노력하는 예술가의 발상과 창조를 자신에게 끌어와 내 걸로 만들어야 합니다.

 

솔직히 저도 부족하다는 걸을 잘 압니다.

하지만 이제는 의도적으로 알아차리려고 노력합니다.

 

스스로 미술관도 찾아가고 전시회에 가보기도 하고

평소 거리를 둔 책들을 사서 읽으려고 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다른 문화를 접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꾸준히 찾아나선다면

한 차원 발전한 내 자신을 발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 시작은 낯선 것과 친해지기입니다.

오늘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걸어가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떻까요.

 

 

2010년 4월 15일 목요일 희망씨앗 레터 #08  호기심 렌즈끼기